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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화 앞에서 (김 재진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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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재경
2008-10-20 22:35 10,315 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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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국화 앞에서
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김  재 진
 
  살아 온 날보다
  살아 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
 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
  인생을 살아도 헛 살아버린
 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.
 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
 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.
  눈부신 젊음 지나
 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
 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
  숨어 있는 꽃이다.
 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.
 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
 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.
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
 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.
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
 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것이 아니라
 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.
 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
  묵묵히 견디어 내는 것인지 모른다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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