들국화 < 노 천명 > > 시&글

본문 바로가기

시와글

들국화 < 노 천명 >

profile_image
이재경
2003-01-22 18:15 7,540 1
  • - 첨부파일 : P9070001.jpg (0byte) - 다운로드

본문

  
   비탈진 들녘 언덕에 늬가 없었던들
   가을은 얼마나 쓸쓸 했으랴.
  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
  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
   이름도 모를 풀틈에 섞여
  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 들의 색시여.
   갈 꽃보다 보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
   거친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.
   한 아름 고히 안고 돌아와
   화병에 너를 옮겨 놓고
   거기서 맘대로 자라라 빌었더니
   들에 보던 그 생기 나날이 잃어 지고
   웃음 걷운 네 얼굴은 수그러져
   빛나던 모양은 한 잎 두 잎 병들어 갔다.
   아침마다 병이 넘는 맑은 물도
   들녘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?
   너는 끝내 거친 들녘 정든 흙 냄새 속에
  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.
  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이
   이제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
   푸른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 주러 나왔다.
   들국화야.
   저기 너의 푸른 천정이 있다.
   여기 너의 포근한 갈 꽃 방석이 있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노    천  명

댓글목록1

리나님의 댓글

profile_image
리나
2011-03-11 13:58
고독을  즐기는 들국화를 ...
게시판 전체검색