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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와글

내가 사랑하는 당신은..<도종환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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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꽃사랑
2003-03-25 23:23 9,057 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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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       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도종환

      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
      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

     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
      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
      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.


      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
      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
       구절초이었음 해.

      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
      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
      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.


      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
      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
     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
      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


      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
      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
      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
      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

      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
      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
       강물이었음 좋겠어.
  

댓글목록1

이재경님의 댓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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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재경
2003-03-26 19:16
  시 중에서 국화에 관한 시가 제일 많겠지요.  예로부터 모든 분들로 부터 사랑을 받아 왔으니까요.  잔잔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시 더욱 감미롭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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